오두막
당진시 석문면 대호만로 2370
041-353-3088
11:00-21:00/매달 2,4번째 일요일 정기휴무
주차: 가게 앞 주차장
방문일: 23년 5월 25일 오후 1시30분
오랫만에 낚시하러 가기로 한 날, 장소는 서해 당진 왜목마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낚시를 한번 시작하면 금방 끝낼 수 없기에 점심할 곳을 물색하다가 백반스타일의 가게가 있기에 방문해보았다.
오두막을 찍고 도착한 곳은 한전한 도로변에 위치한 외가집 느낌의 자그마한 가게 앞이었다. 주차를 하고 잠시 기지개를 켜며 주변 풍경을 둘러보니 평일이라서인지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서해 특유의 따뜻한 여유를 품고 있는 시골 풍경.. 너무 좋다!
잠시 차 안에서 움츠러들었던 몸을 움직여준 뒤 바로 가게로 입장해본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잠시 커피 한잔과 함께 쉬었다 갈 수 있도록 가게 입구 양 옆으로 파라솔도 설치돼 있다.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바닥에 앉아서 먹는 공간이, 왼쪽으로는 의자에 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가게 내부는 넓은 편은 아니지만 아담함이 '오두막'이라는 가게명과 어울린다.
내가 선택한 곳은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형식의 테이블. 각 테이블마다 나무살로 만들어진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룸이 아닌데도 마치 룸처럼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나름 운치도 있고 식사하는 데에 있어 주변에 방해를 덜 받도록 해준 주인의 호의가 고맙다.
느낌상 워낙 인적이 드문 외곽에 위치한 것 같고 평일이어서 손님이 있을까, 문을 닫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왠걸, 안에는 이미 식사를 하는 손님들 그리고 연신 들어오는 손님들이 있었다.
방문 시각이 1시 반쯤이었는데 연세(?)가 있어보이는 주인분들의 표정에서는 점심식사 타임의 후폭풍을 지나 다소 지친 기색이 보일 정도였다. 식사 피크 때는 손님들이 더욱 많은가보다.
여쭤보니 10년 정도 운영하셨다고 하는데 10년이면 결코 짧지 않은 세월, 여행객 뿐만 아니라 동네 단골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주 발걸음을 해줄 것 같다. 젊음을 가게에 바치며 이루어놓은 결과지이다.
창문에는 이렇게 여러가지 모양의 작은 인형들이 장식돼 있는데 오랫만에 못난이 인형을 만났다.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있었던 인형이었는데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정가는 인형. 괜히 반갑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바지락 칼국수가 있다. 백반이 무난해서 백반집으로 오긴 했지만 서해에 와서 바지락 칼국수 못 먹는게 내심 아쉽긴 했었다. 옳다구니, 하고 우렁쌈정식 2개와 바지락칼국수 1개를 요청드렸다. 그랬는데,
"아차, 아까 시장에서 칼국수를 안사왔다. 칼국수가 없어, 못해~!"
주방 사장님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못먹는다는 대답이 들려오니 괜히 더 아쉽고 먹고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주방에서 안된다니 별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우렁쌈정식 3개를 주문해본다. 3인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서비스로 나온다고 적혀있어 정식 3개로 통일했다.
참, 메뉴판에 보면 우렁쌈정식이 있고 우렁쌈밥이 있다. 큰 차이는 아니고 제육볶음이 나오느냐 안나오느냐 차이라고 하니 제육이 꼭 필요치 않으면 그냥 우렁쌈밥을 주문하면 된다.
당연히 고기파인 나는 우렁쌈정식으로!
주문하고나면 바로 반찬세팅을 해주시는데 정말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반찬을 받아보는 느낌이다. 깔끔하면서도 그릇이 정감있는 느낌.
좋아하는 갈치속젓 등장에 오예! 반가운 마음에 한 입 했는데 좀 매운 편이다. 맵지만 않았으면 많이 먹을 수 있었을텐데 무지하게 아쉬움. 그리고 약간 뼈인지 혹은 고추씨인지 뭔가 씹히는 것이 있다.
조금 더 기다리자 제육볶음과 된장찌개가 연이어 등장한다. 제육볶음이 너무 빨갛지도 않고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적당히 감칠맛 날 것 같은 양념에 군침이 돈다.
이어서 주방에서 치이이익- 구워지던 생선구이까지 등장한다. 생선구이는 손바닥 크기 정도의 작은 가자미인데 서비스니까 기분 좋게 받아들자.
쌈은 모자람없이 푸짐하게 내어주시는데 썩 좋은 상태는 아닌 점이 다소 아쉬웠다.
자, 이제 한입 떠볼까?
주인공인 우렁쌈장은 인당 1뚝배기씩 놓아주신다. 이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요 작은 뚝배기에 본인이 원하는대로 쌈에 넣어 싸먹어도 되고 밥을 넣어 맛있게 비벼 먹어도 된다.
기름이 잘 둘러져있어 고소한 향이 폭폭 풍기는 쌈장과 우렁이를 쓱쓱- 섞어 한 입 넣으면 기름의 고소한 향이 확 퍼져올라오고 쌈장의 짭쪼름함과 기름의 고소고소함, 우렁이의 쫄깃한 식감이 톡톡 터지며 어우러져 정말 말 그대로 밥도둑이 된다.
아, 뚝배기에 살짝 누른 장의 맛도 크게 한 몫 한다. 볶음밥을 눌려먹듯 장이 눌려 그 특유의 쫀쫀한 맛이 굉장히 어울린다. 여기에 쌈장 위에 살짝 얹어진 견과류는 고소함을 극대화시켜주며 작은 뚝배기 한그릇 안에 다양한 맛과 식감이 어우러진다. 작지만 이 한 그릇 안에 신경쓴 주인장의 맛에 대한 고민이 지극히 드러난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제육볶음은 역시나 보이는 양념장의 색 그대로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히 감칠맛을 내며 고기와 양념이 어우러진다. 다만 고기는 약간 질기다고 해야할까 딱딱하다고 해야할까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고 지방부분의 질긴 부위가 섞여있어 고기 맛 자체는 아쉬웠다.
고기 상태만 아쉬웠을 뿐 물론 맛은 좋았는데 특히 쌈에다 제육볶음, 그리고 당귀잎을 넣어 싸먹으면 조화가 아주 좋다. 양념의 기름기를 약간의 씁쓰름한 향이 싸악 잡아주며 퍼져 꼭 함께 싸먹기를 추천한다.
공기밥은 흑미밥으로 나온다. 마치 엄마가 밥 한공기 맛있게 먹으라고 덜어준 느낌.
맛있게 한 상 차림 대접받고, 나오는 길에는 한국민들이 애정하는 믹스커피 한 잔 뽑아 가게 앞 파라솔에서 잠시 여유를 즐겨본다.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집,
서해 당진 왜목마을 오두막 우렁쌈밥 정식 한 상
당진 왜목마을 '오두막' 집은, 화려한 맛이나 꾸밈은 없다. 우와~ 맛있다 감탄을 연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식사 후에 맞는 여운은 마치 오랫만에 엄마집 갔다가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과 반찬 맛있게 먹고 온 것 같은 따스함이다.
여기에 밖에서 불어오는 살랑거리는 바람과 햇살, 서해의 여유로운 풍경까지 모두 어우러져 가게를 뒤돌아 나오는 순간에는 이미 왜목마을 엄마집이 되어져있다.
왜목마을 여행을 왔다면 잠시 왜목마을에 발걸음을 했다면 한 끼 식사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오두막에서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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